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벚꽃은 산들산들 떨어져 져버리고, 볼품있는 찬란한 봄은 다 지나간 마당이었다. 하지만 그럼에도 봄이다. 봄의 내음이 물씬 풍겼다. 뒤늦게 피어나는 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, 새 풀잎들이 돋아났다.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들었다. 좀비 사태가 발발하고, 그가 성인이 된 이후의 일이었다. 


 

안녕 정이설. 오랜만이다? 여긴 이제 봄이다? 비록 지긴 했지만, 전에는 벚꽃도 왕창 폈었고...좀비들이 좀 쉬쉬 할땐 근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놀이도 했었어. 그나저나 벚꽃이 필 시기엔 우린 원래 학교에서 시험을 준비했었는데 말이야. 아~ 그 날이 너무 멀게만 느껴져. 미친 소리 같겠지만 그게 또 그립기도 해. 적어도 안전하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던 시절이었으니 말이야. 나 수능 정도는 좀 보고 싶었는데! 아쉽다. 그래도 뭐...대학은 정부가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? 어쩔 수 없는 사태였으니만큼...해결해주겠지? 그치? 

...

아무래도 좀 쓸데없는 고민이었네. 미안. 그래도 봐주라. 대학도 못간 채로 성인이 되어버린 고등학생이었잖아. ...잠깐, 이걸 너에게 빌면 좀 그러려나? 큼. 아무튼. 

 

전할 소식은 이거야. 다들 봄이다보니 벙커의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들떠있어. 으, 특히 백양서 걔랑 사배현...나 몰래 아주 둘이서 꽁냥꽁냥 붙어있더라니깐! 그럴때마다 배이수가 날 측은한 눈으로 본다니깐. 선배를 동정하고 말이야! 못됐어. 그래, 뭐...다들 들떠있는 만큼,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연애를 할 사람들은 또 하더라. 다들 세상이 핑크빛이야. 외진 장소에 가서 서로 비밀스런 얘기도 하고... 뭐, 고백도 하는 것 같던데. 참 대단한 사람들이야. 그래....그거 알아? 그 대단한 사람이 내게 고백을 했었어. 그것도 바로 어제. 예쁜 외모로 벙커 안에서 꽤 인기가 있었던 여성분이셨지. 내가 뭐라고 대답했게~? 궁금하지 않아~?

 

하하, 네가 예상을 할 것 같긴 하다만. 거절했어. 고백을 받는 순간에 네가 떠오르더라. 네가 계속 생각이나서, 내가 고백을 받는 장면을 네가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는 것 같았지. 넌 내가 널 잊고 행복하게 살길 바랄지도 모르겠지만, 아쉽게도 난 네 뜻을 이뤄줄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나봐. 

 

네가 아니면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. 

 

예전에 내가 말했잖아, 내가 널 아주 좋아한다고. 

음. 지금은 좀 달라. 

 

좋아하는 걸 넘어서, 사랑하고 있어.

응, 사랑해.

 

그걸 전하려고 이 글을 써봐. 시간이 좀 늦었네. 잘 자고. 난 오늘 아이들 방에서 보초를 서야해서.

이만 줄일게! 다음에 또 봐.